차 한잔이 생각나는 아침 차 한잔이 생각나는 아침 손숙자 향긋한 커피 한잔 생각 나는 이 아침에 맑은 고운 향기는 상큼한 설렘을 주고 커피잔에 솔솔 피어오르는 그리움 그 그리움에 달달한 설탕 한스푼 타고 살랑살랑 저으면 뜨거운 님의 사랑이 목젖을 타고 내 안에 흘러들어 온다 시모음 2019.07.21
행복한 결핍 행복한 결핍 홍수희 그러고 보니 행복이다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 하나 내게 있으니 때로는 가슴 아린 그리움이 따습기 때문 그러고 보니 행복이다 주고 싶은 마음 다 못 주었으니 아직도 내게는 촛불 켜는 밤들이 남아있기 때문 그러고보니 행복이다 올해도 꽃을 피우지 못한 .. 시모음 2019.07.09
슬픈날의 편지 슬픈날의 편지 이해인 모랫벌에 박혀 있는 하얀 조가비처럼 내 마음 속에 박혀 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슬픔 하나 하도 오래되어 정든 슬픔 하나는 눈물로도 달랠 길 없고 그대의 따뜻한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다른 이의 슬픔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없듯이 그들도 나의 .. 시모음 2019.06.23
6월의 시 6월의 시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걸어 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 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 시모음 2019.06.09
오 월 오 월 피천득 신록을 바라다 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물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 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 시모음 2019.05.25
새싹의 계시 새싹의 계시 정연복 긴 겨울 내내 알몸으로 찬바람 맞던 깡마른 나뭇가지 여기저기 연초록 작은 싹들이 고개를 내민다. 가만히 정지해 있는 듯 앙증맞고 여린 것들 하룻밤 또 하룻밤 지나며 갓난아기 손톱 자라듯 살금살금 생명을 틔운다 참을성 있는 목숨의 힘 조용히 보여준다. 올 봄 .. 시모음 2019.05.06
그리운 날에 쓰는 편지 그리운 날에 쓰는 편지 오광수 받아 볼 리 없지만 읽어 볼 리 없지만 연분홍 고운 편지지엔 그리움 가득 담아 편지를 씁니다 글자 하나에 당신의 미소가 떠 오르고 글자 하나에 당신의 음성이 되 살아나서 더욱 보고픔이 짙어져 가도 이젠 부칠 수 없는 편지입니다 노란 바람결에 실려오.. 시모음 2019.02.28
등불 같은 가족 등불같은 가족 이정순 등이 늘 제자리에서 빛을 밝히고 있듯이 부모라는 그 자리에서 자식들에게 빛을 밝혀줍니다 우리가 살면서 항상 즐겁고 행복하기만 할까요 때로는 풍랑에 떠밀려 바다 한가운데에서 표류도 하지만 가족이란 힘으로 버티며 살죠 가정이란 따뜻한 사랑과 믿음으로 .. 시모음 2019.01.23
가을에 가을에 오세영 너와 나, 가까이 있는 까닭에 우리는 봄이라 한다 서로 마주보며 바라보는 눈빛 꽃과 꽃이 그러하듯... 너와 나 함께 있는 까닭에 우리는 여름이라 한다 부벼대는 살과 살 그리고 입술 무심한 잎들이 그러하듯... 아, 그러나 시방 우리는 각각 흩어있다 흘러 있다는 것은 멀.. 시모음 2018.09.11
8월의 시 8월의 시 / 오세영 8월은 오르는 길을 멈추고 한번쯤 돌아가는 길을 생각하게 만드는 달이다 피는 꽃이 지는꽃을 만나듯 가는 파도가 오는 파도를 만나듯 인생이란 가는 것이 또한 오는 것 풀섶에 산나리, 초롱꽃이 한창인데 세상은 온통 초록으로 법석이는데 8월은 정상에 오르기 전 한번.. 시모음 2018.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