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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아

세월아 내뒤를 따라오렴 먼길을 돌아와 얼마쯤일가 산모퉁이 자갈길에 다리가 무거워서 가던길을 쉬어갈가 두리번 거리지만 내 쉴 마땅한 곳이 보이지 않아 바위위에 걸터 앉아 노을진 석양을 바라보며 가픈 숨을 몰아쉬니 지나온 한평생 너무 허무하다 젊음의 시절엔 그 세월이 더디 가기에 어서가자 세월아 재촉도 했었는데 속절없이 변해가는 내 모습에 살아온 지난 일들이 후회와 아쉬움만 더덕 더덕 쌓이고 남는 길은 저만치 눈에 어린다 걸어온 그 험난한 길위에 내 흔적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 뒤 돌아보니 보잘것없는 삶이었기에 작은 마음만 미어지는 것 같다 줄어드는 꿈이라 이 길을 멈춰 설 수 없다해도 육신에 허약함을 어이 감당해야 하나 가는 세월아 너도 쉬엄 쉬엄 쉬었다 내 뒤를 따라 오렴 세월아,,, -불변의흙-

좋은글 2023.06.12

스며드는 것

스며드는 것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 할 수 없어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끄고 잘 시간이야

시모음 2023.06.10

만남

만남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입니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오니까 ​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입니다 피어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 ​ 가장 비참한 만남은 건전지와 같은 만남입니다 힘이 있을 때는 간수하고 힘이 닳아 없어질 때에는 던져 버리니까 ​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입니다 금방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니까 ​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입니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주니까 - 정채봉님의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의 만남중 -

좋은글2 2022.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