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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간 꽃병

dpfah 2020. 11. 14. 08:25

 

 

금간 꽃병

 

 

이 세상에 한번도 상처 받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한번도 상처 주지 않은 사람은 있을까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상처받은 영혼들로 가득하다

엄마의 상처 주는 소리

자녀의 매정한 태도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믿었던 친구의 배신

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림 등 수많은 비수들이 우리의 마음을 찌르고

우리는 상처 투성이가 된다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이 뿐이 아니다 때론 누군가의 사랑이

배려가 칭찬이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우리를 찌르기도한다

"너는 참 예쁘구나" 라는 칭찬이 누군가에겐 외모 콤플렉스를 자극하여

슬프게 만들고 실직한 나를 배려해 밥값을 계산한 친구의 배려는

나의 자존심을 긁어 상처가 되기도 한다

 

"곱다고 쓰다듬는 손도 때론 이런 것/남의 마음을 스쳐 상처를 준다

그러면 마음은 절로 금이 가/사랑의꽃은 말라 죽는다"

-쉴리 프뤼돔의 '금간 꽃병' 중에서

 

이미 금이 간 꽃병에 예쁘다며 살짝 손을 대었는데

그 꽃병이 깨져 물이 흐르고 꽃이 말라 죽었다면 누구의 잘못일까

이미 금이 가 있던 꽃병의 잘못일까

아니면 금이 간 줄 모르고 손을 댄 사람의 잘못일까

 

우리는 흔히 "상처받았다" 라는 말을 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같은 상황을 두고도 누구는 상처를 받고 다른 누군가는

상처를 받지 않는다 그 이유는 금간 꽃병처럼 누군가는 이미 마음에

금이 가 있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내 밥값을 대신 계산해준 친구의 배려는 내가 재정에 대한

콤풀렉스가 없다면 고마운 일이고 다음에 내가 친구의 밥값을

계산하면 된다 우린 때로 진짜 상처받을 일이 아닌 것에 상처를 받고

있는 것이다 바로 내 마음에 새겨진 이전의 상처 때문에 상처 받았다고

느껴질 때 우린 너무 쉽게 타인을 탓하게 된다

 

그 상처가 정말 상대의 무례함과 공격의 결과인지 이미 금이 가 있는

나의 마음 때문인지 구별하려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우리 내면의

상처를 모두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부족함과 상처를 들여다 보기보다

남을 탓할 때  우리의 마음이 더 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는 상처가

너무 커서 나의 아픔을 들여다 볼 수 없기 때문에 남 탓을 하게 된다

 

여기서 문제는 우리가 받는 상처에 늘 남 탓만 한다면우린 평생을

"상처받은 영혼" 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금 간 마음은 조금씩 조금씩 깨어지고 언젠가는 완전히 금이 가

부셔져 버린다는 데 있다 내 마음의 금이 간 부분을 발견하고 싶다면

상처받는 순간을 주목하라 비슷한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상처받고

있다면 나의 이전 상처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나의 상처를 발견했다면 누구보다 내가 먼저 그 상처를 이해하고

매만져 줄 필요가 있다 때론 "내가 이러한 상처 때문에 많이 아팠구나"라는

단순한 위로와 인정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만약 그 상처가

너무 크고 버겁다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길 권한다

-김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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