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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떠날 때는

dpfah 2018. 7. 7. 09:14



이 세상 떠날 때는


얼마 전 요양원에 간 적이 있다 볼일을 마치고 나오다

로비에서 잠시 정신이 멍해졌다 로비 이곳저곳에 휠체어타고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계셨는데 고개를 옆으로 혹은 앞으로

떨어뜨린 채 미동도 없는 모습이 마치 영화속 정지화면을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신이 잠시 멍했다가 정지화면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나니 마음에 휭 바람이 몰아쳐 지나갔다


처음엔 눈으로 분명히 본 장면이건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힘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좀 지나고 나서는 우리 모두 그런 모습이 되어야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는 거구나 싶었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자만심 청춘의 에너지 다 내려놓고 내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겸손하게 타인의 도움을 기다리고 내 의견 내세울 기력도 없어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는 바로 그 모습이 이 세상 떠나 저 세상으로 가는 모습이 아닐까


아버지는 올해 한국 나이로 구순이시다

젊으셨을 적 아버지는 기골이 크셔서 이태원까지 가서 외국인 옷을 사서 

입을셨을 정도였다 어떤 때는 양말조차도 엄마가 손뜨개질로 만들어

주시기도했다 그러셨던 아버지가 예전 옷이 다 헐렁해져서 어깨는

팔까지 내려오고 팔목은 접고 또 접어 입으신다

새옷도 마다하신다 있는 옷 다 입어도 죽을 때 까지 못 입는다고 손사례 치신다


시집가는 전 날까지 품에 안고 예쁘다 예쁘다 해주셨던 아버지 품은

너무나 외소해져서 내 한 팔에 쏙 들어오신다 책을 보시다가도 좋은구절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이리 와 보라며 설명해 주시는 것을 좋아하던

아버지는 세삼살이 지혜도 많이 가르쳐 주셨건만 이제는 자식들이


이렇게 하셔야 돼요 저렇게 하셔야 돼요

잔소리 비슷하게 말을 드려도 그저 고개만 끄덕끄덕하신다

내 한 팔에 안기시는 아버지를 한국에 두고 돌아올 때면 눈물바람을 한다

그렇게 노쇄해져가는 아버지를 속절없이 그것도 멀리 미국 땅에서

바라보고만 있는 무력한 내가 속상했다 그러나 그렇게 작디작은

이의 모습이 되어야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다면 아버지는 지금 그 과정을 가고 계싣가보다

그 과정이 어찌 힘들지 않으실까 힘드신 과정을 고통분담을 하면 좋으련만

함께 해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뿐이다 아버지 사랑해요 -여성의창/송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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