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박태원
계곡을 휘감아 돌아
바쁘게 길을 재촉하는 너
무엇이 그리도 좋아
덩실덩실 춤을 추며
흔한 눈인사도 나누지 않고 떠나가는가
며칠 전만 해도 너를 기다렸는데
이젠 너를 보내고 싶다
네가 짓궂은 짓 안하고
고이 머물러 주는 것 고마운 일
하지만
구름 속에 해바라기 얼굴을
기다리는 탐스러운 수국은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으니
얘야 미안하구나
몇 날이 지나 다시 내릴 때
거친 방망이질 해대지 말고
수줍은 아가씨처럼 고운 잎새에
사뿐히 내려앉아 꽃잎을 어루만져 주다가
방긋 고운 미소 띄우며
인사해주고 길 떠나면
얼굴마다 환한 웃음꽃이 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