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삶
담임목사서신(22)
dpfah
2020. 4. 8. 01:55
임마누엘 성도님께,
지난 밤에도 주님의 은혜 안에 평안히 잘 주무셨는지요?
제가 듣기에, 탈북민들이 남한에 와서 겪는 어려움 중에 하나는
주어진 '자유'를 어떻게 사용할지 모르는 것이라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선택의 여지없이
당에서 주는 집에서 살며, 주어진 직장에서 일하고, 배급해준 식량을 그냥 먹으면 됐는데,
자유로운 남한에 오니
내가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북한처럼 일방적으로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많은 직장들 중에서 내가 원하는 직장을 내가 스스로 골라 내가 구해야 하고,
내가 스스로 돈을 벌어서 내가 돈을 모아 내가 집을 장만해야 하고,
내가 원하는 음식을 내가 선택해서 내가 사 먹어야 하는
이 '자유'가
엄격한 통제사회에 길들여진 탈북민들에게는
매우 피곤하고 엄청 곤욕스러운 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부담스런 자유를 피하여,
자유도 없고 먹을 것도 없지만,
하라는 대로 그냥 따라하기만 하면 되는
감옥같은 통제사회 북한으로 차라리 돌아가려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집에 머물라"는 shelter-in-place 행정조치로 인해,
직장에 출근하지 못하고
아이들도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
규칙적이던 우리의 일상생활이 무너졌습니다.
전에는 출근 시간에 맞추어 기상하고 밥먹고,
정해진 시간에 일터에 가서,
근무시간에 맞추어, 주어진 일을 하고 퇴근시간에 돌아오면 됐는데,
이제 그런 통제가 사라진 지금
우리는 의외로 이 '자유'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자유 속에서 우리가 스스로 '자기관리' '시간관리'를 하지 못하면,
전쟁터라는 근무지를 이탈하여 '재택근무'를 했던 다윗처럼(삼하11:1),
우리도 침상에서 늦게 일어나며 나태(laziness)의 죄에 빠지기 쉽고(11:2상),
보지 않아야 할 것들을 보면서 정욕(lust)의 죄에 빠질 수도 있으며(11:2-4),
또한 원치 않는 탐식(gluttony)의 죄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에는 우리가 규칙적으로 돌아오는 예배와 모임을 그냥 참석하기만 하면 됐는데,
이제는 내가 스스로 가정예배를 결정하여 내가 스스로 드려야 하고,
내가 스스로 기도시간을 정하여 혼자 기도해야 하는,
내가 스스로 내 신앙생활을 이끌어가야 하는 '자유'가 주어졌습니다.
자유가 주어졌을 때
갈라디아 교회 성도들은 세 부류, 곧
첫째, 자유가 부담스러워서 "율법의 종"으로 돌아가려 했던 자들(갈2:4, 3:1, 4:7-9),
둘째, "그 자유로 육체의 기회를 삼"아 게을러지거나 방종하게 사는 자들(5:13상),
셋째, 그 자유로 "오직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하기를 선택한 자들(5:13하)로 나누어졌습니다.
요즘 여러분은 이 세 부류 중 어디에 속하시나요?
일부 탈북민과 갈라디아 교인들처럼 자유가 부담스러워서 자유를 포기하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다윗 왕처럼 자유로 인해 나태해지셨나요?
우리에게 주어진 이 자유는
거슬러 올라가면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대신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심으로
우리를 율법의 멍에에서 해방시켜
우리에게 주신 '자유'입니다.
예수님께서 내게 주신 이 소중한 자유를 우리는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마음껏 누리며 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누릴 수 있을까요?
내게 자유를 주시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그 십자가에
자유해진 나,
그 자유를 어찌할바 모르는 나, 오히려 자유를 기회삼아 방종하기 쉬운 나를
못 박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내 삶을 살아가시도록 하는 것이
유일한 답입니다.
우선 오늘부터 갈2:20 말씀을 큰 소리로 읽으면서 암송하여 내 마음판에 새깁시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내 삶을 이끌어가시는 대로
순종하며 삽시다.
내게 주신 참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사시게 될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들리는 분도 계시겠지만,
오늘 실제로 그렇게 살아봅시다.
경험으로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자유를 누리는 유일한 삶임을...
그래서 집에서 보내는 이 기간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신 '자유'를 누리는 훈련이 잘 되셔서,
앞으로 우리가 다시 함께 모이게 될 때
자유롭게 "사랑으로 서로 종노릇"하는 아름다운 임마누엘장로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손원배 목사 올림